본기를 집중 시청하면서 느낀소감을 한 단어로 표현하라면 '행복감’ 이란 말을 선택하고 싶다. 시청평을 쓰면서 이런 기분을 맛보게 된다는 것도 그리 흔한 일은 아니다. 이 선정 작업에 들어가면서 기록해 놓은 다양한 느낌의 메모를 본기의 전작인HP-100 프리앰프에 대한 시청평(본지39호참조)과 비교해 보았는데, 의외로(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지만) 아주 비슷한 인상이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일관된 소감은 ‘나긋나긋’ 한 소리나 '고혹적인 중고역’ 따위의 단어들로 정리될 수 있으리라. 사실 HP-100의 시청평이 아니더라도 필자의 머리 속에 간직되어 있는 두 제품에 대한 시청의 기억은 비슷했다. 다만 HP-100이 약간 호리호리한 여인이 연상되는 소리라면, 본기는 살집이 적당히 붙은 느낌이라고나 할까. 아무튼 이런 차이점만큼 개량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필자가 소장하고 있는 CD중에서 콘타르스키 형제가 피아노 2중주로 연주한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집' (DG)과 1950년대에 명성을 떨쳤던 미국의 기교파 피아니스트 줄리어스 카첸의 브람스 피아노곡집을 찾아서 걸어보았다. 이 CD들은 중저역이 부실하게 녹음된 탓인지 들을 때마다 실망감을 안겨주기 때문에 어떻게 표현될 지가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본기를 통해서 들어보니, 아주 기분 좋은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었다. 프리앰프의 역할이 얼마나 큰가를 재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수입원의 배려로, 본기의 집중시청은 필자의 집에서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필자가 현재 사용하는 라인업에 연결해서 들었는데, 소개해 보면 파워앰프에는 국산인 소닉 크래프트의 마일스톤 M2500s, 스피커에는 오디오 피직의 비르고로 이루어진 시스템이다. 또한 필자가 애용하는 프리앰프 칸투스의 클랑뢰베(이제품도 역시 금년도의 베스트 10에 선정되었다)와는 비교 시청의대상이 되기도 했다. 시청을 위해서 필자는 테스트용 CD들을 모두 동원했는데, 성악, 현악, 관현악, 합창곡 등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이 다 망라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피아노 소리에 유념해서 들었던 것은, 대역간의 균형감을 판단하는 데 아주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필자는 명징성과 중저역의 몸집이 잘 조화되느냐를 중요시하는데, 필자가 이상으로 생각해 온 음에 아주 근접한 소리였다. 필자의 스피커를 기준으로 보면 약간 살집이 붙어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명징성 부분에서 어떤타협을 시도한 흔적은 느껴지지 않았다. 중저역의 이러한 느낌은 관현악에서 아주 기분 좋은 앰비언스 재생으로 나타났다. 밀려오는 베이스라인이 우리의 귀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어루만져주는 듯하여 그 쾌감은 가히 고혹적 이고 환상적이었다. 반면에 클랑뢰베의 경우에는 좀더 타이트한 중저역의 소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좋은 대비를 이룬다. 특히 바이올린의 경우, 어쩌면 이렇게 잘 다듬어진 소리를 들려줄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최근에 무터가 부군인 프레빈과 협연한 차이코프스키 협주곡을 들으면서(물론 녹음도 좋지만) 그만 시청이고 무엇이고 다 잊고 그냥 넋을 잃은 채 한 동안 음악에 빠져들었다. 이러한 느낌은 힐러리 한이 연주한 엘가협주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쉽지 않은 가격 때문에 아무나 마음만 먹으면 구입할 수 있는 그런 물건은 결코 아니다. 그런 점이 아마도 본기에 대해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아쉬움이 아닐까 생각된다. 최소한 파워앰프만 잘 선택한다면 어떤 스피커를 통해서도 행복한 소리가 흘러나올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소리를 통해 행복하고 싶은 애호가들에게는 다른 어떤 제품에 앞서 우선 권하고 싶다. CD시대에 와서 프리앰프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는 애호가들에게도 한번 시청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입력단자 : LINE 4계통(언밸런스) ●입력임피던스 : 100k옴 ●PRE OUT단자 : 언밸런스 2계통 ● : 2.5k옴 ●톤 컨트롤 : 없음 ●밸런스 컨트롤 : 없음 ●뮤팅 : 있음 ●사용진공관 : 12AT7 x l개, 12AX7 × 2개 ●크기 : W46.4 x H 2.4 x D39.4Cm ●무게 : 12.2kg ●비고 : 리모컨 부속, BYPASS 단자 있음, PHONO 옵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