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재치가 번뜩이는 걸작 해상력과 에너지감은 압권 캐나다의 토템 스피커가 드디어 국내에 소개되었다. 토템은 미국에서도 일찍부터 성가를 높여오던 메이커로, 특히 소형 고성능 스피커 설계에 장기를 가지고 있다. 필자도 평소 꼭 한 번 토템 스피커를 시청하고 싶어했던 터였다. 북셸프형 스피커가 인기있는 국내에는 생각보다 너무 늦게 소개되는 셈이다. 본기기는 토템의 하이엔드 라인 중 가장 작은 모델이다. 요모조모 살펴본 결과 정말로 스피커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요소요소 음질에 영향을 끼치는 부분에는 과감한 물량 투입이 돋보인다. 반면, 음질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부분에 대한 과감한 원가 절감도 보인다. 네트워크의 코일로는 솔렌사의 심선을 꼬아 만든 최고 품질의 공심 코일을 사용하였으며, 콘덴서도 솔렌사 제품과 고품위 제품을 병렬로 연결하여 음질의 향상을 꾀하고 있다. 또한 터미널도 WBT사의 신뢰성 높은 싱글와이어링용을 채용하였다. 반면 인클로저는 상상 외로 얇아서 20mm도 되어 보이지 않는 MDF를 채용하였다. 그 때문에 스피커의 무게도 무척 가벼워서 한손으로 쉽게 들 수 있을 정도이다. 또한 스피커 그릴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이 모두 실제로는 음질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요소라 볼 수 있다. 유닛 선택 역시 재치가 돋보인다. 우퍼로는 최고급의 다인오디오 12.7cm 제품을 선택한 반면, 트위터는 시어스사의 특주품을 다시 개조하여 사용하고 있다. 특히 트위터 후면의 서브 체임버를 자체 제작하여 장착한 것도 돋보이는 점이다. 따라서 거의 토템 고유의 유닛이라 볼 수 있다. 원가 절감과 고음질을 동시에 실현한 것으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소 임피던스는 약 4Ω으로 측정되었으며, 감도는 비교적 높은 87dB/2.83V/1m 정도로 측정되었다. 따라서 비교적 구동이 어려운 스피커는 아니라고 판단된다. 후면에 설치된 직경 약 35mm의 덕트의 공진주파수는 약 40Hz로 측정되었다. 스탠드로는 필자가 사용하는 타겟 Hj 시리즈를 사용하였는데, 이것은 마치 전용 스탠드나 다름없이 잘 어울렸다. 스탠드 상판의 폭이 스피커 폭과 정확히 일치하였다. 시청 느낌은 한마디로 대단한 스피커라는 것이었다. 크기를 떠나 이처럼 강력한 사운드를 재생하는 스피커는 근래에 볼 수 없었다. 선이 굵은 남성적인 사운드로, 부드럽거나 둥글둥글한 소리와는 상극에 위치한다. 특히, 중저역의 해상력과 에너지는 압권이었다.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주하는 로스트로포비치의 나이가 10년은 더 젊어진 듯하다. 물론 초저역은 아예 나오지도 않으나 전혀 아쉽지 않다. 고역 역시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다. 때에 따라 좀 에너지감이 지나친 감도 있을 정도의 강력한 고역이다. 여성 보컬이 조금은 앞으로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반면 중고역 튀어나오는 느낌이다. 반면 중고역의 초점은 최고 수준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악기의 위치를 핀으로 찍을 수 있을 정도의 초점을 가지고 있다. 가격에 비하면 일견 별 볼품없어 보일지도 모를 스피커이다. 그러나 그 속에 내재된 에너지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좋은 의미에서의 뚜렷한 개성을 가진 스피커로, 실로 오랜만의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만그만한 몰개성의 스피커들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정말로 귀한 존재로 남기를 바란다.(허만선) 선명하고 표정이 풍부한 음 스테이지 재현력도 뛰어나 참으로 아름다운 소리를 들려준다. 진공관 인티앰프에 물려 들어본 소리의 첫인상이다. 물론 잘 설계된 스탠드 위에 올려놓고 본격 메인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겠으나, 이럴 경우 앰프나 소스 기기 등에 적절한 투자를 감수하여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필자의 욕심으로는 서재나 작은방에서 싱글 진공관 앰프나 A급 소형 인티앰프를 매칭하여 소편성 클래식이나 팝을 편안하고 예쁜 음으로 즐기고 싶다. 그렇다고 이 스피커가 모든 소리를 예쁘게만 들려주느냐 하면 그렇지는 않고, 과연 신세대 스피커답게 스테이지의 표현 능력도 뛰어나다. 또 하나의 장점으로는 평범한 박스형인데도 고음과 저음이 시간차가 발생하지 않고 정확히 동시에 귀에 도착한다는 점이다. 두 유닛의 소리 도착 시간이 뒤섞이면 피아노의 경우, 건반 소리가 둔탁하거나 가늘어 힘이 떨어지고 혹은 쨍쨍거리게 된다. 그러나 이 스피커에서는 진정으로 영롱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선명한 타격 음과 아스라하게 퍼지는 적절한 간접음을 실감나게 들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은 현악 4중주곡에서도 잘 나타나는데, 무대는 조금 작아지지만 각 악기의 표정이 풍부하고 그 앙상블의 표현 능력도 좋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특한 점은 소리 하나하나를 거북스럽지 않고, 아름답게 들려준다는 점이다.(최성욱)